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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학교 퇴직금 탈탈 털어 '고양이 연극' 만든 남자 [인터뷰] 전직 중학교 교사이자 극단 <웃는 고양이> 대표, 오수현씨 조회수 : 106 / 추천:43 / 201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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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고양이 학교> 극단 대표 오수현씨
▲ 연극 <고양이 학교> 극단 대표 오수현씨
ⓒ 최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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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떨리던 청춘의 기억, <칠수와 만수>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명예퇴직한 후 그는 온갖 강좌를 들었다고 했다. 요리에 도자기, 영화까지. 가르치는 일만 평생 해왔던 그에게 배우는 일은 새로운 세계였다.

"육십이 된 어느 날 밤이었어요. 무슨 강좌인가를 듣고 온 날이었는데, 갑자기 내가 뭘 하고고 있나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멍해졌어요."

극단 <웃는 고양이> 대표 오수현(63)은 전직 교사다. 명퇴를 하기 전까지 중학교에서 평생을 보냈다. 한때는 교육 운동에 뛰어들기도 했지만, 나이 들수록 아이들과 문화적 괴리감이 생기면서 명퇴를 결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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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내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나 생각했어요. 젊었을 때 마음에 담아두었던 버킷리스트 중에서 가장 절실했던 것 말이에요."

그리고 그는 문득 대학 시절 보았던 연우무대의 연극 <칠수와 만수>를 떠올렸단다. 문성근 주연의 연극을 보면서, 그는 연극 제작자를 꿈꾸었다고 했다.

"생긴 게 배우 감은 아니고, 제작을 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한 거지요."

그런 말을 하며 그는 환하게 웃었다. 가슴 뛰던 젊은 날의 꿈을 비로소 이룬 사람의 표정이 저런 것일까?

연극 <고양이 학교> 고양이 학교 수업 시간
▲ 연극 <고양이 학교> 고양이 학교 수업 시간
ⓒ 최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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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동화로 꿈꾸는 아이들의 나라

그는 젊은 날의 꿈을 좇아 주머니를 털었다. 자신의 퇴직금에 아내의 퇴직금까지 보태 그가 만든 것은 극단 <웃는 고양이>다. 첫 제작 작품도 <고양이 학교>다.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단다.

"<고양이 학교>는 김진경의 판타지 동화예요. 그런데 그 동화 속에는 허황한 환상이 아니라 동서양을 아우르는 신화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계에 대한 꿈을 그리고 있지요. 그 꿈이야말로, 학교에서 제가 아이들에게 불어 넣어주고 싶었던 미래인 셈이지요."

동화 <고양이 학교>는 2001년에 1부가 출간되었다. 인간 세계와 고양이 세계를 넘나들며, 동서양의 신화를 배경으로 선악의 대립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미래를 꿈꾸는 판타지 동화다.

"학교에서 중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일을 해 온 것이 교직에서의 제 생활이었다면, 연극 <고양이 학교>는 더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가치 있는 세상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제 꿈을 실현하는 또 다른 교육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가 극단 이름을 <웃는 고양이>로, 첫 작품을 <고양이 학교>로 한 이유가 그의 말 속에 녹이 있었다.

연극 <고양이 학교> 선생님과 버들이
▲ 연극 <고양이 학교> 선생님과 버들이
ⓒ 최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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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고양이 학교>는 가족 노래극을 표방하고 있다.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고, 노래가 섞여 보면서 흥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연극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영상도 배경으로 공연 내내 무대를 채운다.

어둠이 빛을 덮는 '아포피스'(개기 일식)의 날, 고양이 학교 수정고양이반 삼총사 버들이, 메산이, 러브레터는 친구 고양이들과 함께 수천 년 비밀의 '수정동굴'에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악의 상징인 그림자 고양이들과 한판 혈투를 벌이게 된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서 인간을 보는 고양이의 시선은 둘로 나뉜다. 함께 살아야 할 동반자인가 아니면 멸종시켜야 할 적인가가 그 두 시선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인간관의 문제이며, 미래의 세계에 대한 관점이기도 하다.

환경과 자연을 파괴함으로써 이기적인 인간 세계를 만들 것인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다른 종들과 더불어 사는 세계를 만들 것인가 하는 질문을 이 연극은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다.

연극으로 꾸는 꿈

"외출해서 연극을 볼 수 없는 이들을 위해 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곳에 찾아가 <고양이 학교>를 낭독 중심의 연극으로 공연해보고 싶어요. 읍이나 면 단위 학교에도 가서 아이들을 만나고 싶기도 하고요."

제작자 오수현씨는 연극 <고양이 학교>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극장 무대 공연은 조명이나 영상 등 무대 장치가 필수적이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또 다른 형식으로 관객을 만나 연극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 싶은 것이 그의 소망이다.

연극 <고양이 학교> 그림자 고양이들과 혈투
▲ 연극 <고양이 학교> 그림자 고양이들과 혈투
ⓒ 최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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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고양이 학교>는 동화 <고양이 학교>의 1부 '수정 동굴의 비밀'을 무대에 올린 것이다.

"동화 <고양이 학교> 2부, 3부를 계속해서 연극으로 만들려는 생각도 있어요. 요즘 아이들은 애완동물 키우는 것이 꿈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대부분 공동주택에 살다 보니, 쉽지 않거든요. 저는 연극을 통해 아이들과 부모들이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 하고 싶어요."

그런 말을 하며 그는 환하게 웃었다. 주머니를 털어, 그것도 모자라 아내의 퇴직금까지 털어 연극을 만들고는 더없이 행복해하는 사람, 그는 어쩌면 연극 제작자이기 전에 천생 교사이고, 평생 가르치던 교단에서의 꿈을 연극이라는 무대를 통해 실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퇴직 후, 젊은 날의 오랜 꿈을 다시 꾸고 있는 그의 연극인으로서의 삶이 더없이 창창하기를 빌어본다.